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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개악 반대한다!2018-06-06 [11:12:14]
작성자 노동의뜻조회수 [190]
<최저임금 개악에 대한 의견>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최저임금이 이미 개악되었고 지금에 와서 비판한들 되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것이 개악이 아니라고 주장하니, 문제를 명확하게 해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립니다. 박주민의원 페북에 올린 글에 댓글을 달면서 시작된 일이지만 그에 대한 반론보다는, 최저임금에 대한 제 생각을 중심으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찬찬히 고민하면서 핵심만 짧게 썼겠지만,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작성하다보니 길어졌습니다. 모두 7개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1.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집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수당과 상여금이 포함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산입’이란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는다는 뜻이 아니라, 최저임금 위반인지 아닌지를 계산할 때 기본급과 수당과 월할 상여금 합해서 최저임금만 되면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인 학교비정규직이나 청소노동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받는 임금 구성인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 식대와 교통비 등 수당 20만원, 상여금 200%를 염두에 두고 계산해보죠. (급하게 계산기 두드리면서 정리하느라 숫자들은 조금 불명확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대략 월 157만원(기본급)+20만원+26만2천원(상여금 월할)을 더해서 월 203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연봉으로는 2,500만원이 조금 안 됩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15% 오른다고 가정하면(정부가 그 정도 올린다고 했으니) 최저시급은 8,660원(월 1,809,940원)입니다. 최저임금이 15% 오를 때 이 노동자가 받을 임금은 180만원+20만원+30만원(상여금 월할) 해서 대략 230만원입니다. 그런데 기본급대비 수당 7%와 수당 25%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니, 수당은 13만원, 상여금은 45만3천원 가량이 넘으면 최저임금에 산입됩니다. 상여금은 산입할만큼이 안되지만 수당은 13만원이 넘는 7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됩니다. 최저임금이 15% 오르면 27만원 정도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7만원을 빼고 20만원만 올려도 됩니다. 그래서 줬다 빼앗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내년에는 상여금과 수당이 25%, 7% 넘는 부분만 최저임금에 산입되지만, 2024년에는 상여금과 수당이 모두 산입됩니다. 2024년이 되면 최저임금이 설령 12,000원으로 오르더라도(부디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지만) 그 때는 수당과 상여금이 모두 포함되어버려서, 임금은 250만8천원만 주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1,2000원으로 오르더라도, 임금은 겨우 203만원에서 250만원으로만 오르는 겁니다. 그것도 무려 6년 동안이요.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더 심각하죠. 결과적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척 하지만, 실제 임금은 올리지 않는 것이 이번 개악의 핵심 내용입니다.

사실, 이런 계산도 필요 없습니다. 2024년에 수당과 상여금이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니, 조금이라도 수당과 상여금을 받으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고용노동부가 21만명의 저임금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실토했지만 그것도 내년만 계산해서 축소한 것입니다. 2024년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상여금과 수당을 조금이라도 받는 노동자 모두가 해당되니까요. 저임금 노동자의 하향평준화인 셈이죠.

2.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에는 놀라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저임금으로 산입되는 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하는 임금을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근로자의 의견을 듣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한 조항입니다.
예전에 박근혜가 취업규칙을 기업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서, 노동자들이 파업도 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이것을 ‘지침’으로 만들어서 강행하려고 했지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이 지침을 곧바로 폐기했습니다. 대표적인 적폐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서 “1개월 초과 주기로 지급하던 임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동자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기업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이것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한 방법입니다. 기업들에게 상여금을 편하게 산입하는 방법까지 알려준 것이지요. ‘비록 제한적이더라도’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개악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미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 즉 수당도 없고 상여금도 없는 노동자는 최저임금법 개악에 해당사항이 없고,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오로지 기본급만 받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걱정도 됩니다. 지금까지 현물로 점심식사를 제공했던 편의점들이 밥값 주겠다고 하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도록 하고 그만큼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이 정부의 주장을 뒤집어 말하면 최저임금‘만’ 주는 ‘영세상공인’들은 이번 정부의 최저임금 개악에 혜택이 없다는 말입니다. 영세상공인을 ‘위해서’ 최저임금법을 바꾸었다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상공인들을 위한 정책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계는 정부에게 영세상공인 대책을 요구해왔습니다. 원청대기업이 하청업체게 단가 인하 압력을 행사하는 문제, 비싼 임대료, 프렌차이즈 본사의 갑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고, 소상공인들이 집단적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노동계가 함께 돕겠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대기업은 소상공인 핑계를 대면서 최저임금 인상폭을 줄였고, 그러면서도 소상공인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소상공인 핑계를 대고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나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할 걸림돌이 치워졌다는 안일한 인식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KDI 보고서가 등장하고(이 KDI 보고서에 대해 이상헌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군요.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추정치를 기초로, 부적절한 외국 정책 사례를 사용한” ‘나쁜 선례’라는 지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민중의 소리 기사를 참조하세요) 정부 여당에서도 최저임금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속도조절론’을넘어서기 위해 사실상 ‘속도조절’을 하고, 뒤이어 ‘속도조절론’이 또 나오는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요?

4. 고임금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갈까봐 저임금 노동자에게 갈 혜택을 막나요?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때의 고임금 노동자는 연봉이 높은 사무직이나 언론종사자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제조업 노동자’겠죠. 시급은 낮고 상여금은 많은 노동자들이 주로 해당하니까요. 이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는 매우 왜곡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임금체계를 왜곡한 이유는 잔업특근 수당을 줄이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잔업 특근을 시키되 수당은 적게 주려고 기본급을 적게 책정한 것입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하니 기업도 혼란에 빠진 거죠. 그래서 이번에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넣으면 급격한 임금인상을 방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번 최저임금 개악의 명분은 고임금 노동자 전체가 아니라, 임금체계 왜곡으로 손해를 봤던 노동자들의 급격한 임금인상을 방지하는 목적인 셈입니다.
정부는 이런 노동자가 5만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5만 명이 이익을 덜 보게 하려고, 21만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정확하게 표현하면 박주민의원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고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잔업수당 적게 줘서 이익을 얻다가 최저임금 적게 주려고 반대하는 기업들을 달래겠다는 말입니다.
물론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줄여야 하겠죠. 그런데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누려온 기업들의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이번 최저임금 개악은 임금체계를 왜곡시켜온 대기업 사측의 뜻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 대기업의 책임은 누가 어떻게 물을 것입니까?

5. 최저임금 개악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꿀 기회도 사라졌습니다
최저임금 개악 전에 부산공단 영세업체 노동자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임금이 예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53%, “감소했다”는 응답이 9%입니다. (실제 임금이 줄어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강요 36%, 상여금 기본급화 24.7%, 각종수당 기본급화 15%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근기법 위반이지만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절차 제대로 지키라고 시정이 내려와서, 기업들이 다시 노동자들 모아놓고 강제로 동의를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시면,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거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넣습니다. 결국 임금체계를 단순화한 거죠. 최저임금이 올라도 임금은 별 차이가 없지만 올해 이렇게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면 다음 해에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게 되겠죠. 이런 편법 적용의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래도 임금체계가 단순화되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개악은 이런 효과를 없애버렸습니다. 최저임금 개악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거나 수당을 기본급에 넣도록 한 것이 아니라, 상여금과 기본급을 그대로 두어도 최저임금 계산할 때 넣어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임금체계 바꿀 필요 없이 노동자 의견 들어서 상여금만 월단위로 주면 됩니다. 임금체계는 그대로인데, 최저임금 계산법만 달라진 것입니다. ‘산입’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면 이번 개악이 임금체계 개편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마도 올해 임금체계를 바꾼 기업들은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고 후회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수당과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지니까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겠냐고 기대합니다. 불행히도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해야 할 이유는 남아있습니다. 2015년 반월시화공단 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 위반이 무려 40% 가까이 나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여러번 확인했는데, 실은 기업들이 잔업특근 수당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임금체계가 복잡할수록 노동자들은 자기 임금을 계산하기 힘들어서 주는대로 받게 됩니다.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고 싶을 때 복지비용과 수당과 상여금을 깎습니다. 당연하게 지불해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놔둡니다. 이번 최저임금 개악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할 필요가 사라졌으니 임금체계를 단순화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6.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통상임금을 다시 제도화 할 수 있는 계기라구요?
박주민의원의 입장을 보니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통상임금을 제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더군요. 통상임금은 잔업이나 야간수당의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이나 수당을 넣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소송을 하게 되었죠.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금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인 경우는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에 대한 소송은 계속되었습니다. 회사의 편법 적용(중도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 악용)도 늘어나고 법원의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상임금을 제대로 제도화하자고 이야기해왔지만 국회와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소송전을 하도록 내버려뒀던 것입니다. 이 때에도 제대로 바뀌지 않았던 통상임금 관련 제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입니다.
또 ‘임금’을 쪼갬으로써 연장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통상임금’ 개념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법은 완전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입법 목적이 다른 이 두 가지를 왜 일치시켜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에는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생활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이 산입되었습니다. 통상임금 판례에서는 식비의 경우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지의 판례가 각각 다릅니다. 숙박비와 교통비도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최저임금에는 법으로 명시해서 포함하도록 해놓고, 이것이 통상임금과 맞추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통상임금은 제도개선을 하지 않아서 여전히 소송전을 하도록 만들어놓고서 말입니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설령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어도,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이 늘어나는 것과 자신의 임금이 상관이 크게 없습니다. 수당이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잔업을 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통상임금에 수당이 포함되어 주 12시간의 잔업수당을 더 주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삭감분보다 크지 않습니다. 잔업을 안 하는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만 사라질 뿐 통상임금에 수당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노동자들에게 각각 효가가 다른데,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왜 최저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받고 있는 각종 수당이 어떤 수당인줄 아시나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해가면서 죽어라고 싸워서 생활을 보전받아온 금액입니다. 그런데 이 수당을 최저임금으로 넣어버리는 거죠. 노동자들이 싸워서 간신히 올려놓은 결과를 빼앗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줬다 뺏는 것 아닌가요?

7. 정부와 여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으면 안된다고 말하면서 21만명(이것도 매우 축소된 통계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고, 이번 최저임금 개악으로 이미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해놓고 ‘속도조절론’을 넘어서겠다고 말하고, 이번 최저임금 개악에 영세상공인을 위한 대책은 없는데 영세상공인을 위해서 개정을 했다고 말하고, 통상임금 개정 기회가 이미 2013년에 있었는데 여태 꿈쩍도 안하다가 최저임금 개악이 통상임금 개정을 위한 조건인 것처럼 말하고, ‘산입’범위만 조정함으로써 임금체계 개편 기회를 버려놓고는 이것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과정과 절차도 엉망이었죠.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에 연관된 문제인데도, 노동계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데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명세표라도 보고 그들의 목소리라도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가 열리기 전에 교섭단체 간사들 사이의 의견 조율도 하지 않았고(도시락 먹고 깜빡 졸다가 못했다고 했다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정하지도 못한 채 환노위 의원들이 밀어붙였고, 7%와 25%라는 이 비율은 실태조사 한 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의로 제안되었고, 환노위의 전문위원조차 알 수 없는 안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말로는 계속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서 7%와 25%의 제한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024년에 모두 사라지게 해두어서 결국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음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기도 하죠. 자신들이 만든 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뮬레이션 한 번 해보지 않아놓고 여러 문제제기를 하니까 이제 와서 변명하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의 적폐라고 스스로 인정했던 취업규칙의 사측 일방 불이익변경을 일부 허용합니다. 근로기준법의 기본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법안 내용을 끼워넣으면서 이것이 ‘개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니 참 놀랍습니다.

노동자를 위해서라구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대다수가 동의하고, 이 최저임금 법안이 통과된 후 경제계에서 환영성명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민주당 노동위원들이 사퇴하고 강하게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노동계 투쟁에 가장 앞에 서 있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들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정부와 여당은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기 바랍니다.

이제부터라도 최저임금 즉각 인상을 위해 나서기 바랍니다.
저는 최저임금이 단지 노동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수탈하기 때문에 대기업 노동자는 고임금을 나눠가질 수 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실,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점차로 원청에 중속되면서 열심히 일해도 생계비도 나오지 않는 현실 등 이 모순된 현실, 저임금으로만 유지되는 이 현실을 바꾸려면 조금씩의 개선이 아니라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출발이 바로 최저임금 1만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순된 구조가 있어도 아래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래를 대폭 올려서 위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프렌차이즈 업체들이나 중소영세상공인들을 수탈하는 원청 대기업의 힘을 분산시키고, 대기업의 수탈을 제도를 만들고,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적극 관리감독하되, 중소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 구조를 변화시켜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되, 그 최저임금의 효과를 없앰으로써 명분만 가져가려는 태도로는 이 구조의 변화를 이끌 수 없고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도 아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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